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받았다고 알려진 쪽지 내용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최근 소셜미디어와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커피를 마신다는 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받은 쪽지 내용이 올라와 눈길을 모았다.
쪽지를 보면 “죄송한데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거 같은데 매일 커피 사들고 오시는 건 사치 아닐까요?”라며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져서요…자제 좀 부탁드려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쪽지 내용은 온라인에 빠르게 퍼졌고, 31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소개됐다. 이를 접한 페이스북 유저 조모 씨는 “세상이 힘든데 다들 풀 곳이 없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여모 씨도 “그 박탈감을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다들 마음이 쪼그라들어 있지 않나”며 “‘왜 나는 이다지도 안 되나’가 반복되다보면, 자기보다 특혜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공격하기 참 쉽다”는 댓글을 남겼다.
어떤 이들은 “커피 한 잔에 박탈감을 느낄 정도라면 뭘 하든 안 된다” “남이야 뭘 마시든 무슨 상관인가. 수험생이라면서 남 신경 쓸 시간은 있나 보다” “열등감으로밖엔 안 보인다”고 비난했다. 양모 씨는 “박탈감이라는 자기감정으로 상대를 강제하는 게 과연 올바른 건지”라고 꼬집었다.
쪽지 내용을 패러디한 댓글도 이어졌다. 몇몇 이들은 “죄송한데 나이는 같은 거 같은데 직장 다니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나이로써 박탈감 느껴져서요” “죄송한데 백수인거 같은데 매일 연애하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백수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져서요”라는 댓글을 달며 이를 희화화 했다.
페이스북 유저 이모 씨는 “요즘은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 생기게 만드는 세상이다 보니, 괘씸하다기 보단 측은하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며 “멘탈이 좀 약한 사람이라도 문제없이 어울리고 살아갈 수 있는 게 건강한 사회지 싶은데”라는 의견을 남겼다.
위모 씨도 “박탈감에서 이어지는 분노가 이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박탈감이라는 정서 자체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정서인데, 그 정서가 향하는 방향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민간기업 취업문이 좁아지고 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며 올해 공시 응시자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시험, 국가직 및 지방직 7·9급 등의 응시 인원을 모두 더하면 70만6000여 명(원서 접수자 연인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인원(약 60만 명)을 10만 명 이상 웃도는 숫자로, 여기서 실제 합격자수는 3만 여명이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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