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39)씨가 장기간 병역기피자로 지명수배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반 전 총장이 조카의 병역기피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친동생의 증언도 나왔다.
반기상-반주현씨 부자가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지난 10일 해외부패방지법 위반(뇌물공여·돈세탁)과 사기 등 11가지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주현씨의 병역기피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반 전 총장의 친인척 관리 허점이 다시금 드러났다.
반주현씨의 병역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한 고위 공직자는 23일 <한겨레>에 “반 전 총장 조카 반주현씨는 병역기피가 장기화하면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기소중지와 함께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1978년생이니 병역 의무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20년이 넘었다”며 “반주현씨가 향후 귀국하게 되면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등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주현씨의 병역기피 의혹은 몇 차례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사실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반주현씨의 아버지 반기상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형님(반 전 총장)도 아들이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병역 문제 때문”이라며 “대학 1학년 때 유학을 갔는데, 군대를 가게 되면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가지 못했다”고 병역기피 사실을 확인해줬다.
병역법에 따르면, 학업을 병역 연기 사유로 할 경우 박사과정을 밟지 않은 반주현씨는 늦어도 26살인 2004년까지 징집 또는 소집에 응했어야 한다. 이 무렵 반 전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이뿐만 아니라 반 전 총장은 재직 당시인 2012년 4월21일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열린 조카 반주현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당시 뉴욕에 갔던 반기상씨는 “형님(반 전 총장) 내외분과 조카(반우현씨)가 결혼식에 참석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현지 언론 <선데이 저널>에 기고한 지난해 10월20일치 기사에서 “반 총장은 결혼식 참석은 물론 주례를 직접 물색하는 등 사실상 아버지 역할을 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기상씨는 이에 대해 “형님(반 전 사무총장)은 결혼식에 참석만 했을 뿐, 주례는 아들이 구했고 형님이 도와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반주현씨의 지명수배 사실을 확인해준 고위 공직자는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것은 현지 정착 의사를 드러낸 것인데, 반 전 총장이 조카의 병역기피 사실을 알았다면 귀국을 권유했어야 옳다. 그게 최소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주현씨가 지난해 자신을 상대로 경남기업이 서울북부지법에 낸 60만달러 손해배상 소송에 전혀 대응하지 않아 패소를 자초한 것도 병역기피 탓에 귀국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병역법은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한 사람에게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허가를 받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귀국하지 않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친조카의 병역면탈은 반 전 총장이 최소한의 친인척 관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반기문 캠프’에 연락해 반 전 총장의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강희철 박태우 기자 hcka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반기문 관련얘기는 오늘도 멈추지 않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