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휴가 날이었어. 우리가 처음 만난 때. 당신은 공부방 봉사활동 체육대회에서 핑크색 야구모자를 쓰고 해맑게 웃으며 아이들을 챙기고 있었지. 다부졌던 당신 모습에 말 한 마디 걸지 못하고 괜스레 주위만 서성였었어. 첫눈에 반했었다고 육 년째 거짓말 하고 있지만 그저 아이들 속에서 웃는 당신 모습이 너무 예뻤어. 그때는 내가 커피를 참 좋아했었던 것 같아. ‘저 사람이랑 같이 손잡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해서 길을 걸으며 함께 나눠 마시면 참 좋겠다’ 짓궂은 상상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끈질기게 쫓아다니다가 결국 온천장 카페 같이 갔던 거 기억나 당신? 당신 옆에 두고 머뭇거리면서 주문을 망설이는 내게 점원도 짓궂게 “두 분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했었지. 점원 말 한마디에 긴장은 풀리고 웃음바다가 되면서 마셨던 아메리카노가 그때 왜 그렇게 달달했는지 몰라.
시간이 흐르고, 그 카페에 다시 들러 이제는 당당히 손을 잡고 망설임 없이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을 때는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있더라. 또 잊고 지내다 아차 싶어 다시금 들른 날은 4주년 기념일이었지 아마. 그러고도 또 2년이란 시간이 흘러 6년 동안이나 내 옆에서, 내 품에서, 때로는 전화로 매일매일 당신의 웃음을 맞이했던 시간들이 꿈만 같아. 그런 당신이 이제는 3달 뒤에 나의 아내가 된다니. 멋진 집에 근사한 차에 당신을 처음부터 호강시켜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우리 처음 데이트 하던 날 마시던 아메리카노의 달콤함을 기억하면서. 커피가 쓰게 느껴지는 날도, 때론 지치더라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항상 우리 두 손 꼬옥 잡고 함께 웃자. 당신 호강 시켜주지 못해도 당신 웃음 항상 지켜주는 남편되도록 할게. 결혼한다고 말만하고 프로포즈를 망설이다 이제야 당신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아. ‘나랑 결혼해줄래?’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 ‘퍼엉’의 작품을 담아낸 일러스트북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세트』중에서...
왠지 가슴 따뜻해지는글이라 퍼왔어요..
따뜻한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