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빠가 아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목격한 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아이를 공중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아닌가.
아기 때 머리가 흔들리면 큰일 난다는 할머님들 말씀을 떠올리며
나는 한달음에 뛰어가 아들을 안았다.
험상궂은 표정으로 팔을 휘휘 저으며 뛰어오는 내 모습에 남편이 더 놀랐다.
“아니, 왜 이리 호들갑이야… 남자아이는 강하게 키워야지.”
남편은 기어이 내 손에서 다시 아들을 낚아채고는 놀이터로 데려가,
목말을 태우고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려 내리는 기염을 토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하는 나에게 남편은,
“나도 어릴 때 아버지랑 프로레슬링 하면서 놀았어.
친구들이랑 격투기 흉내를 낸답시고 놀다가 머리도 터졌었고.
그런데 지금 봐봐. 건강하게 잘 커서 지내고 있잖아.”라고
큰소리치며 안심을 시키는 것이다.
어느 집이건 아빠가 아이들과 노는 방식은 엄마와는 다르다.
나도 몸 놀이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스킨십 위주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많이 안아주고 간지럼 태우는 정도다.
그런데 아빠는 아이들이 깔깔 넘어가게 몸을 던져 놀아준다.
그리고 직접 개발했다는 ‘늑대 전사’ 놀이는
아빠인 본인이 아이들을 잡아먹고 돌아다니는 설정으로,
극악무도한 대사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
나도 모르게 ‘이런 미친 놈이 있나’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아이들은 열광했다.
뭐냐 이런 반응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놀아주는데 배신자들.
배신은 아프지만 어떻든 커다란 신체를 이용한 몸 놀이는
아빠들이 가진 최고 강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면서부터 우리 큰아이가 달라졌다.
큰아이는 사회성 발달이 조금 늦은 편이라 많이 걱정했었다.
눈 맞춤이 잘 안 되고 말을 빨리 배운 것에 비해 대화는 더딘 편이었다.
그런 아이를 예의주시하며 고민만 하던 차에 남편이 나섰다.
사회성을 길러 주겠다고 아빠와의 캠핑을 기획한 것이다.
덕분에 집에 틀어박혀 책 읽기나 즐기던 아들이
이제는 캠프장 연못에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을 정도가 되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근엔 ‘서글서글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아들이 변하기까지 남편의 숨은 노력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요즘 남편은 특유의 넉살로 인심 팍팍 쓰며 아이들과 교감 중이다.
아이가 사탕을 먹겠다고 하면 나는 말리지만,
남편은 ‘엄마한텐 비밀이다.’ 라며 아이들을 유혹한다.
이런 유연한 부분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잔소리 욕구가 후두부를 자극하지만, 조용히 참아본다.
그래도 아들아, 아빠 손 잡고 멀리멀리 나가보렴.
엄마가 남자는 잘 모르겠지만, 아빠 하나는 진짜 잘 골랐거든.
– 백서우 ‘삼대육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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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아이들에게 엄마를 주시고, 또 아빠를 주셨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다른 형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어쩌면 아빠는 아이들이 엄마 품에서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아이들의 독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안전한 세계에서 아빠라는 약간은 다른 방식을 접하며
한 걸음씩보다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 조지 맥도날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