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그릇에 구슬을 담듯
우리들은 마음에 인연이나 추억들을 담아갑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게 소설처럼 낭만적이기만 한 건 아닌지라,
자갈이나 모래찌꺼기들도 유리그릇에 도리없이 쌓여가죠.
쌓이는 시간이야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작은 그릇은
담긴 내용물의 무게를 주체 못해 금이 가다 쨍그랑, 깨져버립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걸쳐있는 나이,
그릇은 모든 걸 담기에는 작고
또 담을 추억과 인연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구슬들은 굴러가버리고 남는 것은 모래더미와 유리파편뿐.
지우고 싶은 기억들과 바스라진 마음만 남게 되죠.
살다보면 그렇게, 모든 걸 다 잃어버린 것 같고 마음까지 깨져
아무 희망도 느껴지지 않을 때가 오게 됩니다.
그렇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낼 재료가 사라졌다고 느낄 때,
과분하게 쌓이다 무너져내려
마음을 깨트린 추억과 인연이 원망스러워질 때,
자신만의 막다른 벼랑끝에 내몰렸을 때,
불씨를 찾으세요.
모래가 녹아 유리가 됩니다.
불순물로만 생각했던 모래찌꺼기. 불씨에 녹아 유리가 됩니다.
손에 쥔 게 모래와 유리파편밖에 없다고 느낄 때
그 때 우리는 더욱 넓고 커다란 유리그릇을 빚어낼 수 있습니다.
아픈 기억들, 잊어버리고 싶었던 순간들을 싫어하지 마세요.
그것들이 녹아 빚어내어져 더 큰 그릇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깨지는 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래를 녹여 유리로 만들 불씨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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