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마트 계산대에 아이스크림 문의가 이어졌다.
○○마트내 아이스크림 냉장고에는 ‘판매되고 있는 아이스크림 일반제품이 없어지고 전 품목이 정부 시책으로 정찰제 상품으로 변환되는 관계로…80%세일 제품이 8월 8일부터 없어집니다’라는 안내문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빙과업체가 이달부터 권장소비자가 표기 확대와 납품가 인상을 통해 ‘제값 받기’에 나서면서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오픈 프라이스제’(최종 판매업자가 제품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방식)로 상시 할인이 보편화된 빙과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선 소매점과 소비자들의 반발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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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의 한 대형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냉장고에 ‘일반 아이스크림 오늘이 마지막 80% 세일’이라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빙과업계의 ‘제값받기’ 나선 이유는?
8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빙과 4사는 이달부터 일제히 아이스바 제품에 권장소비자가를 표기하면서 일선 소매점에 대해 빙과류 납품 단가를 조정했다.
이와 같은 빙과류의 권장소비자가 표기는 유통질서 정상화와 함께 실적 악화에 따른 조치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빙과업계의 지난달 매출은 전통적 성수기를 맞아 평년에 크게 웃도는 이례적 폭염으로 완변학 조건을 갖췄지만 실장은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2~7%정도 하락했다.
커피 등 대체음료 시장이 커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등 외부적 여건 변화로 인해 갈수록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제값받기’를 통해 실적을 정상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경우 폭염이 시작된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일주일동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주 대비 평균 23%신장했다. 특히 오전 4~5시에 30% 이상 매출이 늘면서 열대야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롯데제과 지난달 빙과류 매출은 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고 빙그레도 6%정도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가격결정권을 가진 소매점이 빙과제품을 미끼상품으로 내세워 최대 80%할인 등을 하다보니 시장구조가 왜곡되었다”며 “소매점이 결정권을 갖다보니 납품가격을 유통업체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실적악화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또 여름철 빙과제품이 대목이라고 하나 커피와 팥빙수 등 다른 여름철 대체 식품들이 생겨나면서 실적악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빙과업체는 국내 빙과시장의 70%이상을 유통하고 있는 개인 슈퍼마켓에 대해서만 이달부터 납품가 조정을 했으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일선 슈퍼마켓에선 ’아이스크림 품귀‘ 현상
하지만 그동안 대폭 할인된 빙과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내세워 짭짤한 재미를 봤던 일선 소매점들은 납품가 인상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 슈퍼마켓은 “280원하던 아이스바를 갑자기 500~700원으로 올리면 누가 사먹겠냐”며 “유통시장 정상화도 좋지만 우리의 입장도 고려했으면 좋았다”고 말했다.
계산대에서는 “내일부터는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 “왜 갑자기 가격을 올렸나”, “언제 다시 80% 세일하느냐”며고객들의 문의도 이어졌다.
대형 슈퍼마켓을 찾은 소비자들의 불만도 넘쳐났다.
대형 슈퍼마켓을 찾은 주부 홍 모씨는 “아침에 ‘아이스크림 일반제품 80%세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문자를 보고 찾았다”며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종종 사먹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어지겠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마지막 세일’이라는 문구를 본 후 아이스크림 사재기에 나서면서 불과 몇시간만에 아이스크림이 동나기도 했다.
주부 이 모씨는 “마지막 세일이라고 해서 애들이랑 저녁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왔는데 냉장고 안에 이미 아이스크림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바로 옆 슈퍼마켓다 마찬가지 상황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