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이라는 TV프로를 우연히 보다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를 참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여고 시절 한동안 시에 빠져 수십편을 외우고 다녔는데... 이제 어렴풋이 몇 구절만 기억에 남아 있네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여유롭게 시를 읖조리고 좋은 글귀를 가슴에 새기는 일이 사치가 되어버린것은 아닌지...
어쩌다보니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봅니다.
<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