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나그네의 뒤안길를 둘러보다가 시를 만났다.... - 싸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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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수 68 | 조회수 2,249 | 등록일 2022-09-28 10:05:21

    제목

    거친 나그네의 뒤안길를 둘러보다가 시를 만났다....

    글쓴이

    어부의 아들
    내용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시인 정호승



    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
    더 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
    땅 속 깊이깊이 실뿌리를 내리기를
    실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모두 작은 미소가 되어
    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
    더 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
    별들이 쉬어가는 숲이 되기를
    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
    나는 왜 당신의 의자 한 번 고쳐주지 못하고
    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
    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 번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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