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얼굴과 목이 이렇게 새까맣게 돼버렸어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롭습니다. 저에게 헤나는 '지옥의 가루'예요."
울산에 사는 박정숙씨(가명·61세)는 까맣게 변한 얼굴과 목을 내보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박씨는 2017년 여름 집 근처의 한 헤나방에서 '천연염색' 등 홍보문구를 믿고 염색을 했다가 얼굴과 목 피부가 전체적으로 검게 변했다.
박씨는 피부가 검게 변한 이후부터 줄곧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1년 반이 지났지만 보기 흉해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수군거린다"며 "전염병인줄 아는지 곁에 오지도 않으려고 해서 아침에 눈뜰 때마다 '죽어야지'하면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헤나는 인도, 네팔 등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 식물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다. 보통 초록빛이 도는 갈색 가루로 물과 섞어 진흙처럼 개어서 사용한다. 염모 작용은 잎에 함유된 로소니아 성분 때문이다.
최근 헤나 가루를 이용해 염색을 하는 '헤나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100% 천연성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에 나서고 있다. 반면 박씨와 같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단톡방 모인 피해자 38명 "지옥의 가루, 헤나 저주에 빠져" 14일 메신저 단톡방에 모인 피해자 38명은 헤나 시술을 받았다가 인생이 망가졌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피부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치료 비용에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헤나 가루를 '지옥의 가루'라고 불렀다.
박씨는 울산대학병원, 서울 삼성병원 등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로부터 '원상태론 돌아가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1000만원을 썼지만 아직도 얼굴이 검다며 가슴을 쳤다. 이어 "실비보험도 들어놓지 않아 피부과 한 번 진단으로 15회 시술에 몇백만원씩 돈이 들어 너무나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대전에 사는 김희영씨(가명·49세)는 지난해 6월 케이셀러헤나(지쿱헤나)에서 머리를염색했다 이마와 볼 쪽이 검게 변해 업체 측과 소비자원을 통한 소비자분쟁 조정에 있다. 김씨는 "천연성분이라고 설명해 안심했는데 색소침착 증상이 나타나더니 점점 심해졌다"며 "병원을 계속 다녀도 없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굴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다"면서 "필리핀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왔느냐는 말을 일주일에 몇 번씩 들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도 "레이저 시술 비용이 1회 10만원으로 수십번 받아도 호전되지 않고 있다"며 "먹는 약도 한 달에 4만원 들어가는 등 거의 1000만원을 병원비와 약값으로 썼다"고 말했다.
전옥분씨(가명·70세)도 헤나 시술로 얼굴이 검게 변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전씨는 "연세 많은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8개월이 넘도록 친정집을 찾지도 못하고 있다"며 "얼굴이 시커멓게 되면서 우울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