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중국에서 유전자 일부를 편집해 탄생한 '유전자 조작 아기'가 탄생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과학계가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선천적 질환이나 유전병 치료에 획기적 개선법이 생겼다는 환호성과 함께 생명윤리와 관련된 비판이 함께 이어지고 있는 것. 전 세계적으로 인간 배아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금지돼있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자칫 우성인자만 골라 만든 '제조인간'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내용의 SF영화, '가타카'와 같은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P통신과 중국 현지 언론 등 외신들에 의하면 29일 중국 선전남방과학기술대학의 허젠쿠이(賀建奎) 교수는 지난 26일 유전자 편집기술로 탄생시켰다 밝힌 여자 쌍둥이 외에 또 다른 유전자 편집 아기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허 교수는 제2회 국제 인류유전자편집회의 개회를 하루 앞둔 26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여자 쌍둥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의 연구팀은 불임치료를 받던 부부 7쌍에게서 배아를 얻어 연구에 이용해왔으며, 이는 남방과기대의 허가를 얻고 한 연구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조작 아기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주장 중인
중국 선전남방과기대의 허젠쿠이(賀建奎) 교수의 모습(사진=유튜브 캡쳐)
이에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계의 비난이 솓아졌다. 중국 선전시 의료윤리전문가 위원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남방과기대 측 역시 허 교수팀의 연구가 심각한 윤리위반이자 학계기준을 어긴 행위라고 발표했다. 중국 내 과학자 122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비판에 나섰고, 국제 과학계에서도 잇따라 비판과 함께 연구 중단을 요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도 실태조사 등을 지시한 상태다. 중국 당국은 유전자 조작 아기가 실제 탄생한 것이라면 이는 중국 내에서도 불법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개봉됐던 SF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해 우성인자만을 보유한
제조인간들이 자연상태로 태어난 일반인들을 지배하는 미래 계급사회를 그렸었다.
인간 배아연구의 생명윤리 문제는 이런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에서 보통 출발한다.(사진=영화 '가타카' 장면 캡쳐)
특별한 국교나 종교적 터부도 없고, 유전자 기술 연구에 관대한 편이었던 중국 당국과 과학계조차 이토록 반발이 컸던 것은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기술 자체가 가져올 후폭풍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허 교수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유전자 증폭이나 성별선택, 피부색 조작 등이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아기라 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실제 유전자 편집기술이 활용된 인간이 탄생한 것이 처음이고, 안전성 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한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인간 배아를 활용한 유전자 조작기술 연구를 금지시킨 주요 이유는 '생명윤리'와 해당 기술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 및 인간 의지 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제작돼 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SF영화, '가타카(Gattaca)'에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와 대중의 공포심이 잘 드러나 있다.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성인자만 지니고 태어난 제조된 인간들이 자연적으로 태어난 일반 대중들을 지배하는 미래 계급사회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혈액검사 하나로 모든 신체능력과 지능 등을 판별받고, 이에따라 직업도 강제적으로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