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교육당국·경찰 못 믿겠다"..사설업체 찾아
문신직원·SNS로 가해학생 협박..일주일에 350만원
전문가들 "학교 불신 이해하지만 불법 업체 피해야"
학교폭력을 해결해준다는 A업체의 홈페이지 화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초등학생 조카가 학교폭력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은 김모(32)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던 와중에 ‘학교폭력 전문 심부름센터’라는 A업체의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예로 들며 “피해자도 경찰에 신고했지만 2차 폭행을 당했다”며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보호와 해결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회사”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24시간 연중무휴 상담 번호로 전화를 건 김씨가 ‘흥신소랑 비슷한 거냐’고 묻자 업체 관계자는 “그런 업체와는 비교하지 마라. 우리는 정부와 경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돕고 있는 것”이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이의 상태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350만원’ 학폭 해결사 찾는 학부모들
최근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등 학교 폭력이 잇따라 일어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 당국과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사설 학교폭력 해결 업체를 찾고 있다. 학교 폭력에 맞서 공권력 대신 다른 수단을 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협박이나 강요 등 법적으로 또 다른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학교 폭력 사범은 5만 9000명이다. 한해 평균 1만명 넘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힌 셈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1만 3268명 △2015년 1만 2495명 △2016년 1만 2805명 △2017년 1만 4000명으로 해마다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도 6월까지 입건된 청소년이 6432명으로 전년대비 5.7% 증가했다.
학교폭력을 해결해준다는 A업체의 홈페이지 화면.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업체들은 건장한 직원들이 직접 가해 학생들을 찾아가 위협하는 이른바 ‘삼촌패키지’뿐 아니라 소속 직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가해 학생 신상을 공개하는 방식 등을 통해 가해 학생이 다시는 피해학생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기본 서비스는 일주일에 300만~350만원이고 상담을 통해 추가 옵션이 필요한 경우는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며 “고객들 대부분이 기본 서비스로 일주일 안에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소년들의 탈선은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 집요하다”며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은 가해학생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불신 이해하지만 사설 업체 불법적 요소 있어 피해야”
극단적인 방법과 높은 가격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학교폭력이 해결될 수 있다면 이용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설 학교폭력 해결업체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모(47)씨는 “중학생인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학교에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아이가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기 괴로워 업체를 찾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연일 계속되는 학교 폭력에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육 당국이나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학교폭력을 해결해준다는 사설 업체는 협박이나 강요 등 형법상 위법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옥신 한국청소년범죄연구소장은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이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가 될 위험도 있다”며 “최근 사이버폭력 등 새로운 학교 폭력의 형태가 많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벌이는 등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출처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