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자연 부화한 병아리[독자 최호준씨 제공]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삐악삐악"
강원 동해안 지역에 기록적인 열대야가 이어진 24일 새벽 강릉시 사천면에 사는 최호준(59)씨는 베란다에서 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최씨는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새가 들어왔을 거라는 생각에 베란다 불을 켜고서는 깜짝 놀랐다.
베란다에 놓아둔 달걀에서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고 나왔기 때문이다.
까만 털을 가진 병아리는 깨진 껍질 사이로 작은 날개를 버둥거리며 목청껏 어미를 찾고 있었다.
그는 평소 집 앞마당에서 기르는 닭이 알을 낳으면 이를 모아 조카에게 주려고 주택 베란다에 놓아두었다.
그는 "무더위가 어미 닭 대신 달걀을 품었다"며 "병아리가 자연 부화할 정도니 이번 더위가 정말 실감이 난다"고 놀라워했다.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는 암탉의 품과 같은 35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최근 강릉지역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35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졌으며,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31도로 역대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씨는 "폭염이 선물해준 귀한 가족"이라며 "병아리 이름을 '깜순이'로 짓고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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