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 취소 발표로 벼랑 끝에 몰렸던 북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북미 양쪽 모두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가운데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선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 '재추진' 쪽으로 흐름을 되돌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회담을 계속할 뜻을 밝혔지만, 이번에 정상 차원의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회담 추진의 불씨를 살렸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통해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을 매개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확인하는 한편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25일 문 대통령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먼저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져,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포옹하는 남북 정상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2018.5.26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검토가 바뀌지 않았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논의가 "아주 아주 잘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후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다.
이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의 최종적 성사 여부와 합의방향은 다양한 형태의 북미간 사전접촉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북미가 이미 회담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멀지 않은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하고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 양측은 정상회담 의제와 장소, 경호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곧 선발대를 싱가포르로 보내 현지 준비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사전준비팀은 30명가량이며, 27일 출발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