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8~9명 "적법한 회계처리"
금감원에 잇따라 의견서 제출
일부는 언론 인터뷰 적극 나서
김앤장이 초안·자료 제공 정황
"삼성, 회계학자들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면 자충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회계학 권위자들을 여럿 동원해 자신들의 회계 처리가 적법했다는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방어 논리를 제공하며 회계학자들을 직접 접촉하는 일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이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이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심의 과정에서 삼성 쪽과 이해관계에 있는 전문가의 개입을 배제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린 배경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과 복수의 회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 회계 분야 권위자들과 집중적으로 접촉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도록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학 서울대 교수(경영대·전 금융위 감리위원)와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경영학·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 위원), 신현걸 건국대 교수(경영학) 등 최소한 8~9명의 전문가들이 금감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대체로 최소한 수백만원 수준의 용역비를 대가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께 전 한국회계학회장을 포함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계학 권위자들의 의견서가 잇따라 들어왔다”며 “다른 특별감리 사건에 견줘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학교수는 “나에게도 의견서 작성 요청이 들어와 고심한 끝에 거절한 기억이 난다”며 “의견서를 쓴 교수들은 서로 누가 무슨 내용으로 의견서를 작성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은 자체 회계 파트가 취약한 터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쟁점별로 의견서의 초안을 잡아 의뢰한 것으로 안다. 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도 김앤장 쪽이 수시로 제공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의견서를 낸 학자 중 일부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도 나서고 있다. 신현걸 교수는 5월8일치 <매일경제>에 실린 인터뷰에서 “회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랐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행정소송까지 갈 경우 삼성이 승소할 수 있다”며 “삼성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라 회계 사기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5년 당시 바이오젠(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합작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따른 잠재적 의결권 발생 여부에 대한 의견서를 김앤장 의뢰로 작성했다”고 밝히며, “다만 언론 인터뷰는 의견서 제출과 무관하게 학자적 소신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갖고 있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선 “현재로선 확신하기 어렵다. 감리위원회까지 가봐야 (증거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최종학 교수는 “지난해 김앤장 쪽에서 서울대 경영대 회계학 전공 교수들에게 의견서를 의뢰했다. 우리 대학 말고 고려대 등 다른 대학들에도 의뢰가 간 것으로 안다. 당시 내가 제출한 의견서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전제로, 이럴 경우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를 작성하는 게 옳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현재 금감원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도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부풀려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잠정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심의·의결은 오는 17일 감리위원회와 23일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심의 과정에 삼성 쪽과 이해관계에 있는 전문가를 배제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린 것도 회계 전문가들 다수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후속 절차인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삼성 쪽과 용역계약을 맺었던 전문가들이 참여할 경우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위 핵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이 전문가그룹을 의도적으로 끌어들였다면, 자충수를 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은 김앤장의 법률 조언을 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쪽도 “고객사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률 자문 여부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병철 김앤장 변호사(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는 2016년 8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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