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있었어요.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요.
언제까지 내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아내는 섭섭 하면서도 당연 하다고 생각했고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더래요.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랬대요.
"저 여자 참 부럽다."
그랬더니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예요.
"아주머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주머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거르고 아주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지요.
기운내요. 여보.
이럴 때 오히려 당당하게 보여야 해요.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