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전 임원 고아무개씨 부당이득 소제기
2011년 임원 30여명 퇴직금 중간정산 뒤 반납
BBQ 운영업체 ·자회사에 2600여만원 입금
임원들 퇴직금 총액 합치면 6~7억 상회할 듯
BBQ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 이제 와서 왜"
치킨 브랜드 ‘비비큐’(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에서 지난 2011년 임원 30여명의 퇴직금을 강제로 빼앗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비큐는 “당시 어려운 회사 사정에 도움이 되고자 주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금을 반납하기로 결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996년 ㈜제너시스비비큐(이하 비비큐)에 입사해 2013년까지 본사와 자회사 등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며 일했다는 고아무개(58)씨는 30일 <한겨레>와 만나 “비비큐 총괄사장이 임원들에게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반환하겠다는 서약서를 강제로 쓰게 하고 실제 퇴직금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지난 2011년 6월 당시 김태천 비비큐 총괄사장(현 비비큐 부회장)이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연구개발(R&D) 센터인 ‘치킨대학’에 이사 직급의 임원 30여명을 모았고,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리 준비한 ‘퇴직금 반환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다. 당시 서약서에는 ‘회사에서 개인 통장에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보내주면, 다시 회사 계좌로 반환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고씨는 회사의 요구대로 2011년 6월24일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다시 회사 계좌로 반환했다. 고씨가 보관하고 있는 당시 입금증을 보면, 고씨는 2011년 6월24일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은 직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312여만원, 1369여만원 등 모두 2681여만원을 회사 쪽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나와있다. 입금증에 찍힌 수취인 이름은 ‘㈜제너시스비비’, ‘㈜지엔에스엠엔’이다. 입금증에 표기되는 글자수 때문에 ㈜제너시스비비큐, 그리고 자회사인 ‘㈜지엔에스엠엔에프’의 이름이 일부만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임원들이 퇴직금을 반납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면 당연히 강제 퇴직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모두 응했다”며 “나 역시 회사의 독촉과 압박에 못이겨 퇴직금을 다시 입금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30여명의 임원들이 모두 비슷한 금액의 퇴직금을 반환했을 경우 최소 7~8억원 이상, 장기간 근속한 임원들이 있었을 것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그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씨가 퇴직금을 받지 못한 것은 2011년이 처음이 아니다. 고씨는 비비큐의 신규사업본부장 등으로 재직한 2001년 1월~2004년 4월 기간 동안의 퇴직금인 2660여만원도 받지 못했는데, 회사는 고씨가 등기 이사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등기 이사 등 임원 직함을 부여받았더라도 사용종속관계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금 지급 대상이다. 고씨는 “회사에서는 형식상으로 등기 이사에 내 이름을 올려뒀고, 단 한번도 등기 이사 권한을 행사한 적도 없다”며 “이 시기 대전 사업부장, 광주 사업부장 등으로 다른 직원들과 다를 바 없이 일했다”고 설명했다.
비비큐 쪽은 고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회사 임원들이 2010년까지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회사에 반납한 사실은 맞다”라면서도, “대다수의 임원들이 어려운 회사 사정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한 행위이며, 강압성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비큐는 이어 “등기임원 등으로 많은 혜택을 누렸던 고씨가 과거 좋은 의도로 반납한 퇴직금에 문제를 제기하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비큐는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 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되는 점을 볼 때, 고씨가 퇴직금 지급을 요구할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2년 대법원 판결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1항에 위반돼 무효”라고 밝힌 바 있다. 고씨는 지난 7월 회사 쪽에 퇴직금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으나, 회사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고씨는 결국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법에 퇴직금을 돌려달라는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제너시스비비큐 윤홍근 회장이 가맹점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데 이어, 비비큐에서 임원들의 퇴직금을 강제로 빼앗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가맹점과 직원들을 상대로 한 비비큐의 ‘갑질’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비큐는 지난 5월 두 차례 치킨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는가 하면, 지난 7월에는 광고비 분담 명목으로 가맹점의 판매 수익을 거둬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