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이촌파출소에서는 최근 '파출소 철거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땅 주인이 지난 7월 파출소를 철거해 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29일까지 3000명 넘는 주민이 서명했다.
땅 주인은 '마켓데이 유한회사'라는 법인이다. 부동산 개발·투자 등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유일한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이모씨는 고승덕(60·사진) 변호사의 배우자다. 회사 주소는 고 변호사의 사무실 주소와 같고, 파출소 철거 소송 대리인은 고 변호사다. 고 변호사 부부가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파출소가 포함된 이 일대 3149.5㎡(약 952평) 넓이 땅의 주인은 원래 정부였다. 1966년 이촌동 일대에 공무원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정부는 이 땅을 공공시설 부지로 입주민들에게 제공했다. 1975년 파출소가 들어섰고, 옆에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1983년 관련법 개정으로 땅 주인은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바뀌었다.
고 변호사 측은 2007년 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42억여원에 매입했다. 지하철 이촌역과의 거리가 200m 정도이고 대로변에 접한 노른자 땅이어서 건물을 세우면 그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를 거라고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파출소와 놀이터가 있어 개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단은 고 변호사 측에 땅을 팔면서 계약서에 '파출소로 인한 부지 사용 제한 사항은 매입자가 책임진다'는 특약 조건을 넣었다. 고 변호사 측은 살 때부터 파출소로 인한 제약을 알고 땅을 산 것이다.
고 변호사는 땅 계약이 성사된 이듬해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서초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3년 고 변호사 측은 파출소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4억6000여만원의 밀린 사용료와 함께 월세 738만원을 내라고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3년이 넘게 걸렸고 지난 4월 대법원은 파출소 측이 1억5000여만원과 매월 243만원씩을 내라고 확정 판결했다. 그러나 고 변호사 측은 판결 3개월 만에 파출소를 철거하라고 새로 소송을 냈다. 현재 소송은 다음 달 11일 양측 간 조정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이촌파출소는 주변 1만가구, 주민 3만여명을 관할하고 있다. 이촌파출소를 관장하는 용산경찰서 측은 "파출소가 꼭 있어야 하는데, 땅값이 워낙 비싸고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당장 파출소를 옮기기는 여의치가 않다"며 "가능한 한 월세를 내고 계속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경찰청 예산에) 이촌파출소 이전(移轉)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부득이 소송을 낸 것"이라며 "굳이 파출소를 빨리 내보낼 이유는 없고, 조정에서 원만한 해결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이분 요즘 뭐할까 궁금했는데...여전히 잘살고 있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