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윤홍근(61) BBQ 회장의 폭언·협박 등 ‘갑질’ 논란과 관련, BBQ 측은 “가맹점주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전혀 사실 무근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신선육 유통 기한 및 기준 중량 미달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회사의 명예 회복과 다른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이 불거지기 전, BBQ 측은 김태천 BBQ 부회장이 직접 해당 점포를 방문해 윤 회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로펌 변호사를 통해 가맹점주에게 투자를 제안하며 회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 김태천 부회장 “회장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좋을 것”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BBQ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천 부회장은 윤 회장의 ‘갑질’ 의혹이 처음 보도되기 전날인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해당 가맹점을 찾았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점주 김모(43)씨에게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고 중량이 부족한 닭을 납품한 것과 관련, “회사를 대표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유통기한이 4 ~ 5일 이상 남은 신선육을 공급하고 있다. 생계(1.5kg) 중간 처리 과정에서 중량이 감소하는 부분에 대해 잘못 인지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제 기준 중량을 벗어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점주 김씨는 지난 3월 창업 초기부터 유통기한이 임박한 닭을 납품받았고, ‘갑질’ 논란 사건 당일(5월 12일) 이후 본사가 중량이 모자란 닭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유통 기한이 5일 이상 남은 신선육이 들어온 건 10번이 채 못 되고, 윤 회장이 점포를 방문해 말썽을 빚은 이후 납품받은 신선육(냉장육) 중량이 950~1050g(10호)이 아닌 720~850g(7·8호)으로 줄었다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폭언·협박에 대해 “이 XX가 아닌 이 놈이라 그랬다(고 한다)”고 해명하면서도 “솔직하게 (윤 회장)본인이 인정을 하고 사죄를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안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역시 “주방 출입을 가로막자 당황한 윤 회장이 ‘어 이사람 봐라?’고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공식 해명과는 배치된다. 또 김 부회장은 폐점 압박 의혹에 대해 점주 김씨에게 “직원들한테 ‘그렇게 검토를 해 보라’라고 지시를 하셨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사 측 변호사 “강남 플래그십 키우자” 제안
고위 임원에 이어 매장을 찾은 BBQ측 변호사는 김씨를 만나 본사 지원을 받아 강남 대표 점포로 키우자며 회유하기도 했다.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J씨는 같은 날 밤 11시쯤 점주 김씨를 만나 “(본사와)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강남의 플래그십(Flag Ship) 시스템으로 만들어라”고 제안한 뒤 “솔직히 (기사를) ‘내려달라’까지는 (언론사에) 얘기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수 차례 요청했다.
J씨는 또 “보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들(본사)과 좋게 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하라”고 김씨를 설득했다. 자신의 제안이 본사 측의 입장이라는 듯, “약속을 하는 거다, 나머지는 부사장이 알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플래그십 매장’이란 특정 상권을 대표하거나 대형 상가의 핵심이 되는 유명 점포를 말한다.
윤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 승소할 수는 있겠지만 재판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J씨는 “솔직히 말하면 (본사를 상대로) 이길지도 모른다”면서도 “쓸데없이 시간 낭비, 돈 낭비, 정력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
점주 김씨는 영업 방해,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지난 14일 윤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열하 BBQ 커뮤니케이션실 부사장은 “김태천 부회장은 회장이 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 없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사죄한 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미안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변호사 J씨가 본사 투자를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본사와 협의없이 개인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여진 (kyle@edaily.co.kr)
BBQ의 갑질 참 끝이없네요. 에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