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전북지사에서 근무하는 조사원 전 모(45ㆍ여)씨는 지난 8월 11일 전북 무주군 적상면 사산리 한 과수원에 직불금 실태 조사를 나갔다가 사냥개로부터 습격을 당해 왼쪽 팔의 근육이 끊어지는 등 중상을 당했다.
전씨는 개집 앞에 두 마리가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우회했지만 개집 안에 또 다른 개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개는 목줄을 하고 있었지만 목줄 길이가 10m가 넘어 자유자재로 덤벼들었다. 키 163cm, 몸무게 60km의 보통 몸집인 전씨는 덩치가 훨씬 더 큰 맹견에게 당할 수가 없었다.
개는 전씨의 양쪽 팔을 문후 뿌리치자 목까지 물려고 덤벼들었지만 다행히 땀을 닦기 위한 수건을 두르고 있어 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전씨는 어깨와 옆구리 등 4곳을 물린 채 20분 넘게 개와 혈투를 벌이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는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말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개 주인은 전씨가 개로부터 풀려난 후에야 나타나 "멧돼지나 고라니가 왔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해당 개는 지난 6월에도 다른 사람을 문 적이 있는 맹견이었다.
중상을 입은 전씨는 대전의 외과 전문 병원에 가서 근육 접합 수술까지 해야 했다. 전씨는 3주후인 지난달 1일 퇴원했지만 아직도 외상이 회복이 안 돼 아침 저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양팔을 쓰지 못해 식사ㆍ용변 등을 모두 남편에게 의지해야 했다. 흉터와 트라우마가 심해 정신과 상담을 받기 전에는 아예 집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특수 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신과 치료는 산재가 안 돼 상당한 비용을 자비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병가를 내 치료중이지만 후폭풍은 심각하다. 전씨는 "물리 치료 끝에 간신히 약간 팔을 움직일 수가 있게 됐는데 산재 처리 이외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집안일을 돌볼 수 없어 사는 게 말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씨에게 중상을 입힌 개와 주인은 아직까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보상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측이 사고 이후 견주에게 보상을 요구하자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왔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법에 호소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 쪽에 문의해봤지만 "개가 목줄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처벌이 힘들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전씨와 같은 사례는 한 두 건이 아니다. 전국 621명의 농관원 소속 조사원들은 7~8월 두 달 동안 3건의 개 물림 사고를 당했다. 경북지사 김모(여)씨도 지난 7월 4일 오후 구미 한 농가에서 현장 조사 중 개에 물려 중상을 입어 현재 산재 승인 후 요양 중이다.
이에 따라 조사원들로 구성된 노조가 나서 농관원과 농림축산식품부를 상대로 2인1조 조사ㆍ보호 장비 지급ㆍ안전 매뉴얼 제작 및 배포 등 대책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는 상태다.
농관원 무기계약직 노조 김선채 위원장은 "업무 특성상 개에게 물리는 일이 잦다. 특히 이번엔 목숨을 잃을 뻔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였다. 단체협약 갱신 협상 때 안전 보장을 위한 공식 요구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농림부는 몰랐다며 노력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우체국 집배원,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등도 상황이 비슷하다. 집배원들의 경우 한적한 곳에 위치한 농장을 방문할 때 오토바이에 맹견을 상대하기 위해 개 사료를 지참하는 게 필수가 됐을 정도다.
전국집배노조 관계자는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수두룩해서 어지간한 일 외에는 개인적으로 치료나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흠.. 사람 문 개를 안락사 시키냐 마냐에 대해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찬반논쟁중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보다는 견주의 책임을 강화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