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올해 첫 전국단위 민방위 훈련… 유사시 행동요령]
- 최대한 신속하게 깊은 곳으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통해 이동… 운전자는 즉시 길가에 차 세워야
- 평소 연습해둬야 생존율 높아
안내방송 들을 AM라디오 준비… 귀가 지시 등 정부 통제 따라야
비상물품 배낭 미리 챙기면 좋아
- 화생방 대피시설은 태부족
백령·연평도 등 4곳만 시설 완비
서울엔 시청 신청사에 단 1곳뿐… 그나마 非민간인용 지휘통제소
23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공습을 가정한 대피 훈련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가급적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노하우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승용차 운전자는 즉시 차를 길가에 세우고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각 기업 근로자들도 사옥 지하나 인근 대피소로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나 고층 건물의 지하, 지하철 선로 주위로 대피할 경우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져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두께가 30㎝ 이상이면 북한 장사정포의 직격탄을 맞아도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공습경보 후 5분 이내 대피
실제 상황에선 좀 더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군이 북한의 미사일·대포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전국에 설치된 2220개의 스피커를 통해 공습경보를 발령한다. TV와 라디오는 재난 방송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가 발송하는 '○일 ○시 △△지역 공습경보 발령, 가까운 지하 대피시설로 대피 후, 방송 청취를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도 휴대폰에 뜬다.
경보통제소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대포를 쏜다고 가정할 경우, 서울까지 포탄이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분 정도다. 따라서 공습경보 발령을 기준으로 5분 이내에 대피소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엔 민방공 대피소 1만8871곳이 있다. 집이나 회사 주변 대피소 위치는 정부 애플리케이션(앱)인 '안전디딤돌'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 rea.go.kr)에서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 소방방재청 공보관을 지낸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아파트 주민이라면 평소 엘리베이터 대신 운동 삼아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실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는 연습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해 보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 등 옥외(屋外) 대피소는 지진이 났을 때 가는 곳이다. '공습경보 땐 무조건 지하'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각 가정 1~2일치 식량 등 준비
일단 대피소로 몸을 피했으면 정부의 안내 방송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정부는 단파(AM)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를 미리 준비해 둘 것을 권한다. 방송·통신망이 파괴됐을 때도 KBS 방송국과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안에 있는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 등이 AM 방송을 송출하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비치된 승객 구호 장비함의 모습. 각 지하철역엔 100~500개의 화재용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마스크엔 생화학 물질이나 방사능을 차단하는 기능은 없다. /고운호 기자
서해 5도 및 접경지역 대피소엔 최대 한 달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있지만, 민방공 대피소엔 식량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공습이 멈추거나 잦아들면 정부는 라디오를 통해 귀가 지시를 하게 된다. 승용차 운행은 통제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계명 행안부 비상대비정책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구호물자를 배급할 때까지 1~2일쯤이 걸리게 된다. 각 가정에서 며칠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미리 식량과 물을 비축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때에도 라디오 등의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비상용 구급약품, 손전등, 양초 등도 갖추라고 권한다.
◇"핵 공격 대비한 훈련도 필요"
문제는 핵 공격이다. 국내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화생방 대피시설은 백령도 2곳과 연평도, 대청도에 1곳씩 총 4곳(수용 인원 1861명)이다. 이곳엔 화학가스와 방사능을 걸러내고 정화하는 시설이 있고, 내부엔 한 달분의 물과 양곡이 저장돼 있다. 콘크리트 재질의 벽 두께는 최대 1m에 달한다. 서울에는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 있는 지휘통제소(수용 인원 300명)가 유일한 화생방 대피시설이다. 하지만 민간인은 이용할 수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의 민방위 1년 예산이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모든 대피소를 서해 5도 수준으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대신 정부는 이번 을지연습 때 핵무기 공격 시 행동 요령을 담은 유인물 30만 부를 관공서와 거리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실존한다. 민방위 훈련을 핵 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훈련으로 바꾸고, 현재 7%에 불과한 민간 방독면 보급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대한 신속하게 깊은 곳으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통해 이동… 운전자는 즉시 길가에 차 세워야
- 평소 연습해둬야 생존율 높아
안내방송 들을 AM라디오 준비… 귀가 지시 등 정부 통제 따라야
비상물품 배낭 미리 챙기면 좋아
- 화생방 대피시설은 태부족
백령·연평도 등 4곳만 시설 완비
서울엔 시청 신청사에 단 1곳뿐… 그나마 非민간인용 지휘통제소
23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공습을 가정한 대피 훈련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가급적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노하우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승용차 운전자는 즉시 차를 길가에 세우고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각 기업 근로자들도 사옥 지하나 인근 대피소로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나 고층 건물의 지하, 지하철 선로 주위로 대피할 경우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져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두께가 30㎝ 이상이면 북한 장사정포의 직격탄을 맞아도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공습경보 후 5분 이내 대피
실제 상황에선 좀 더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군이 북한의 미사일·대포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전국에 설치된 2220개의 스피커를 통해 공습경보를 발령한다. TV와 라디오는 재난 방송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가 발송하는 '○일 ○시 △△지역 공습경보 발령, 가까운 지하 대피시설로 대피 후, 방송 청취를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도 휴대폰에 뜬다.
경보통제소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대포를 쏜다고 가정할 경우, 서울까지 포탄이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분 정도다. 따라서 공습경보 발령을 기준으로 5분 이내에 대피소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엔 민방공 대피소 1만8871곳이 있다. 집이나 회사 주변 대피소 위치는 정부 애플리케이션(앱)인 '안전디딤돌'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 rea.go.kr)에서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 소방방재청 공보관을 지낸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아파트 주민이라면 평소 엘리베이터 대신 운동 삼아 지하 주차장이나 지하실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는 연습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해 보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 등 옥외(屋外) 대피소는 지진이 났을 때 가는 곳이다. '공습경보 땐 무조건 지하'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각 가정 1~2일치 식량 등 준비
일단 대피소로 몸을 피했으면 정부의 안내 방송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정부는 단파(AM)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를 미리 준비해 둘 것을 권한다. 방송·통신망이 파괴됐을 때도 KBS 방송국과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안에 있는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 등이 AM 방송을 송출하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비치된 승객 구호 장비함의 모습. 각 지하철역엔 100~500개의 화재용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마스크엔 생화학 물질이나 방사능을 차단하는 기능은 없다. /고운호 기자
서해 5도 및 접경지역 대피소엔 최대 한 달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있지만, 민방공 대피소엔 식량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공습이 멈추거나 잦아들면 정부는 라디오를 통해 귀가 지시를 하게 된다. 승용차 운행은 통제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계명 행안부 비상대비정책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구호물자를 배급할 때까지 1~2일쯤이 걸리게 된다. 각 가정에서 며칠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미리 식량과 물을 비축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때에도 라디오 등의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비상용 구급약품, 손전등, 양초 등도 갖추라고 권한다.
◇"핵 공격 대비한 훈련도 필요"
문제는 핵 공격이다. 국내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화생방 대피시설은 백령도 2곳과 연평도, 대청도에 1곳씩 총 4곳(수용 인원 1861명)이다. 이곳엔 화학가스와 방사능을 걸러내고 정화하는 시설이 있고, 내부엔 한 달분의 물과 양곡이 저장돼 있다. 콘크리트 재질의 벽 두께는 최대 1m에 달한다. 서울에는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 있는 지휘통제소(수용 인원 300명)가 유일한 화생방 대피시설이다. 하지만 민간인은 이용할 수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의 민방위 1년 예산이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모든 대피소를 서해 5도 수준으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대신 정부는 이번 을지연습 때 핵무기 공격 시 행동 요령을 담은 유인물 30만 부를 관공서와 거리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실존한다. 민방위 훈련을 핵 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훈련으로 바꾸고, 현재 7%에 불과한 민간 방독면 보급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