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께 지어드린 별명은 '변태'였습니다.
한여름만 되면 아버지는 속옷만 입고 제 옆에서 주무셨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변태야!"
엄마도 딸 옆에서 뭐 하는 거냐며 나무라셨습니다.
아버지는 여름이면 왜 속옷 바람의 맨몸으로 제 옆에서 주무시고
'변태 아빠'라는 별명에도 아무런 변명을 안 하시는지...
저는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저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았습니다.
일기장을 읽는데 갑자기 눈물 섞인 웃음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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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모기향을 피워놓으면 딸이 잔기침을 하기에
잠자기 2시간 전에 모기향을 피웠다가 아이가 잠들 때는 끈다.
그래도 모기들은 극성이다.
어떤 날은 모기들이 계속 윙윙거려서
밤새 한숨 안 자고 딸 옆에서 모기를 잡았다.
딸을 위해서라면 하나도 힘들지 않다.
다만 다음날 회사에서 온종일 졸게 돼서 문제다!
그래서 꾀를 내었다.
딸이 잠든 옆에 팬티만 입은 맨몸으로 눕는 거다.
그렇게 하니까 모기들이 딸 대신 나를 문다.
"아빠는 변태야!"
딸은 사정도 모르고 아침에 깨서는 나를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아내도 딸 옆에서 뭐 하는 거냐며 질책한다.
얼굴이며 팔다리에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고,
물린 곳이 가려워 수시로 긁고 있으니
회사 동료들이 저보고 피부병 있냐면서 싫어한다.
어떤 오해를 받아도 좋다.
사랑하는 내 딸아이가 밝고 활발하게,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커 주기만 한다면...
좋은 집보단 좋은 가정을,
부자 아빠보단 친구 같은 아빠가
재산보다 사랑을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