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가 여름철 최대 성수기를 맞았지만 AI 발생에 따른 소비 둔화로 오히려 산지출하가격이 급락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치킨 값을 10% 이상 인상해 수급 불안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급기야 대한양계협회등 가금류 생산자단체들이 직접 나서 치킨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치킨업체들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이 결국에는 닭고기 소비둔화로 이어져, 육계생산 농가에 고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 AI 발생 이후 육계 산지출하가격 19.4% 폭락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육계 산지가격은 지난 1월 초에 1kg당 1286원에서 지난달 말에 2552원으로 무려 98%나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3일 AI가 소규모 사육농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난 8일 산지출하가격은 2056원으로 불과 일주일 사이에 19.4%나 급락했다.
전국의 육계사육 농가들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사육마릿수를 평소 8천만 마리에서 1억 마리까지 25% 이상 늘렸지만 AI 발생에 따른 소비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육계협회 정병학 회장은 "닭고기 공급물량은 늘었는데 소비는 20%나 줄었다"며 "육계 회원 농가들이 도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하루 평균 닭고기 주문 물량은 52만8천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만4천 마리에 비해 19.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통시장과 중소 대리점의 주문 물량이 28.3%, 대형 유통매장은 17.2% 감소한 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주문량은 0.5%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육계 생산농가들이 AI 발생에 따른 닭고기 소비 둔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사실상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 육계생산농가, 치킨 값 인상에 '뿔났다'…"2만원 넘으면 불매운동 할 것"
문제는 이처럼 삼계탕과 볶음용 닭고기의 소비는 눈에 띠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치킨 값을 10% 이상 올렸다는 점이다.
육계협회는 치킨 값을 올려도 치킨 소비는 크게 줄지 않고 되레 일반 닭고기로 불똥이 옮겨붙어 닭고기 소비 둔화와 산지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사실, 치킨 업체들은 AI가 발생해 닭고기 소비가 둔화되든 아니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또한 산지출하가격에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통상 치킨 업체들이 육계생산 농가와 연간 단위계약을 통해 물량과 가격을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김병렬(57세) 대표는 "예를 들어 치킨업체들의 연간 계약가격이 16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5월말에 산지출하가격이 2500원까지 올랐어도 치킨업체들은 1600원씩 주고 가져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대로 산지 출하가격이 1600원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대로 1600원씩 주고 가져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후려치기를 통해서 당초 계약가격 보다 낮은 가격에 가져 간다"며 "치킨 업체들은 닭고기 수급에 관계가 없는 절대 '갑'이기 때문에 절대로 손해 보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치킨 업체들은 이번처럼 산지 닭고기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맹점들의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치킨 가격을 올리는 막무가내식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양계협회 등 가금류 생산자단체들은 더 이상 치킨 업체들의 무분별한 치킨 값 인상행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육계협회 정병학 회장은 "닭고기 소비둔화의 원인은 AI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논란과 BBQ 등 치킨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실제로 치킨 가맹점들이 가격 인상으로 혜택을 봤는지 알아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2만원이 넘는 치킨에 대해서는 불매운동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 saypark@cbs.co.kr
결국 양계농가나 가맹점주가 아닌 해당 업체만 배불리는 인상인거 같네요...ㅠ
가맹점주에겐 안됐지만 당분간 치킨은 동네 저렴한 치킨집을 이용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