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이 목돈 되는 '짠테크' 매력
매일 조금씩 저축하자 결심해도
도전자 대부분 귀찮아 중도포기
사용처 미리 정해 동기부여하고
시중은행 '디지털 저금통' 활용을
직장인 김욱진(33·남)씨는 올해 초부터 ‘짠 테크(짠돌이와 제테크의 합성어)’를 시작했다. 생활 속에서 낭비되는 ‘푼돈’을 모아 평소 갖고 싶던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시작은 ‘커피 줄이기’였다. 매일 카페에서 사 먹던 커피를 한 잔씩만 줄여도 하루에 5000원씩 저축이 가능했다. 지난 5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커피 짠 테크에 투자한 덕분에 김씨는 지난달 원했던 산악용 자전거를 샀다.
‘푼돈 모아 목돈’의 재미를 알게 된 김씨는 이번 달 ‘금연’을 주제로 두 번째 짠 테크를 시작했다. 지난 11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어 하루에 4500원씩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김 씨는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금연을 통해 1년에 16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매일 4500원씩 저축한 뒤 목돈으로 만들어 내년 6월에 평소 갖고 싶던 DSLR 카메라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금연 짠 테크를 계획하며 그 첫 단계로 소액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매일 현금 4500원을 저금통에 저축하는 게 번거로울 뿐 아니라,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저축을 미루는 걸 막기 위해서다. 실제 김 씨는 ‘커피 짠 테크’를 하는 동안 현금이 없어서 저축을 미루다가 한꺼번에 1주일 치 돈을 저금하는 등의 불편함을 겪었다고 한다.
짠 테크의 핵심은 ‘꾸준함’이다. 짠 테크 도전자 대부분이 “푼돈 모아봐야 얼마나 되겠느냐”라는 생각과 함께 귀찮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중도 포기하기 때문이다.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짠 테크를 통해 모은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 미리 정해놓는 게 좋다. 김씨의 경우처럼 카메라 구입, 여행자금 마련 등의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짠 테크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액 적금이 주를 이루는 짠 테크 상품 대부분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편리하게 저축이 가능하다. 미리 계좌를 지정하면 공인인증서나 OTP 인증 없이 클릭 한 번으로 매일 일정액이 자동으로 쌓이는 식이다. 어린 시절 목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저금통이 디지털 형태로 진화한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짠 테크 상품은 KEB하나은행의 ‘오늘은 얼마니?’ 적금이다. 이 적금은 일일저축을 소액 적금 서비스에 문자메시지를 통한 간편 송금 서비스 기능을 더했다. 등록한 휴대전화로 매일 낮 12시 30분에 ‘오늘은 얼마를 저축하시겠어요?’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하고, 얼마를 저축할지 답장을 보내면 자동으로 저축된다. 텍스트뱅킹 시스템에서 메시지에 특정한 금액을 인식해 자동으로 해당 금액을 이체해준다.
금리는 6개월의 경우 연 0.8%, 12개월은 연 1.0%를 제공하며 최대 연 2.2%까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매일 1000원~5만원씩 월 최대 100만원까지 저축이 가능하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소액을 간편하게 저축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적금 상품들을 운용중이다. 신한은행의 짠 테크 대표 상품은 ‘한달애(愛) 저금통’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클릭 한 번만으로도 저금이 가능하다.
한달애 저금통의 가장 큰 강점은 연 4%에 달하는 금리다. 하루 최대 3만원(월 최대 30만원)의 ‘자투리 돈’을 저축하면 연 4%의 금리를 적용해 매월 고객이 지정한 날짜에 지정한 계좌로 이자와 적립금을 넣어준다. 매일 쓸 수 있는 돈의 한도를 정해놓고, 남은 돈을 저축하는 ‘모바일 저금통’으로 활용하는데 최적화한 상품이다. 하루에 3만원 이상을 쓰지 않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2만원을 쓴 날의 경우 남은 1만원을 적금 계좌로 이체하는 식으로 이용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위비 짠테크 적금’을 출시했다. 매주 1000원씩 납입액을 늘려가는 ‘52주 짠플랜’이나 한 달 주기로 매일 1000원씩 입금액을 늘려가는 ‘매일매일 캘린더플랜’ 등 짠 테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절약한 하루 생활비를 바로바로 입금하는 ‘원데이 절약플랜’을 이용해 일정 횟수 이상 입금하면 연 1.0%포인트의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월 최대 50만원까지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으며 기본금리는 연 1.0%다.
◆1000원으로 시작해 573만원 만드는 ‘짠테크’ 노하우=74만 명의 회원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 ‘짠돌이’ 운영자 대왕소금(본명 이대표)은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짠 테크로 ‘캘린더 강제저축법’을 추천한다.
캘린더 강제저축법은 달력의 일자에 맞춰 하루에 1000원씩 늘려가며 저축하는 방식이다. 매월 1일엔 1000원을, 2일엔 2000원을, 3일엔 3000원을 저금하는 식으로 늘려가 매달 말일에는 3만1000원(말일이 30일인 경우엔 3만원)을 저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49만원을, 1년엔 573만8000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저두 담배값 아껴서 뭘 살지...고민좀 해봐야겠네요.